휴식 텃밭은 다양한 관점과 영감으로 채워진 휴식의 실험실입니다. 텃밭에서 자라난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지금에 알맞은 휴식을 만나보세요.

큐레이터 보라

7월은 유독 제게 굵직한 마감이 많은 시기였어요. 큰 프로젝트들이 쏟아지다 보면 오히려 더 일과 상관없는 쓸떼 없는 일에 쉽게 빠지기도 하고, 미루다 미루다 그 큰 마감을 하루 전에야 겨우 완성하는 일도 종종 생기는데요. 마감들이 너무 하나의 큰 덩어리로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정비가 필요했어요. 혼자 조용히 앉아 컬러루틴키트를 꺼내어 해야 할 일들을 아주 세세하게 쪼개 과업의 단위로 나누고 각 과업을 언제하고 싶은지를 정해봤어요. 해야 할 일들만 적은 것은 아니었어요. 중간 중간 어떻게 쉬고 싶은지, 쉴 때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야무지게 함께 계획했어요.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마음이 답답할 땐, 막연히 일들로부터 도망치는 것보다 이러게 한 발짝 물러나 또렷하게 바라보고 잘 정돈해줄 때 나를 더 잘 도울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후련해진 마음 덕분에 하나씩 차근히 해야 할 일들을 원하는 템포로 마칠 수 있었어요. 이 기록의 과정을 정리해 저의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두었는데요. 궁금한 분들은 [여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어요.

놀이 텃밭

집에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요. 그래서 종종 시간이 맞으면 축구를 보러 경기장에 가요. 사실 저는 스포츠 관람을 엄청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근처에 가면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는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게 돼요. 응원하는 팀에게 걸어보는 기대감과 응원 함성을 따라 노래를 부르다보면 차오르는 흥, 경기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간식과 맥주의 맛은 확실히 비일상적 감각을 건드리는 장치가 되어주죠. 또 하나, 뜨거운 날씨 아래에서도 열정을 불태워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보면서 오직 깨끗한 승부에만 집중하는 한 생명의 증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주어진 룰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열정을 꺼내 내달리는 사람을 볼 때 느껴지는 대리만족이랄까요. 제가 대신 뿌듯해지는 느낌이 종종 들어요. (동시에 저도 잔디밭 위를 막 뛰고 싶은 열정이…) 큰 환호성과 축제의 열기가 가득한 경기장에 앞으로도 종종 잘 쉬러 다녀보려고요.

일본의 이키가이(生き甲斐)는 '삶', '인생'을 뜻하는 이키(生き)와 가치 있게 여겼던 조개껍질에서 유래된 가이(甲斐)의 합성어로 '살아가는 가치, 인생의 즐거움이나 보람' 정도로 풀이됩니다.

일본의 여가 문화는 극도로 세분화된 개인 취미가 특징입니다. 일본 여가개발센터(2023) 조사에 따르면:

• 20-30대: 애니메이션/게임 (34%), 독서 (28%), 음악감상 (25%)
• 40-50대: 원예 (31%), 요리 (29%), 독서 (27%)
• 60대 이상: 원예 (42%), 산책 (38%), 독서 (35%)

특히 '이키가이(生き甲斐, 삶의 보람)' 문화가 여가에도 적용되어, 작은 취미에도 깊이 있게 몰입하는 경향이 강해요. 2020년 대비 2023년 조사에서 '한 가지 취미에 3년 이상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48%에서 61%로 증가했습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작은 일들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한 삶을 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거죠.

✏️ 해 볼만한 질문:

• 당신은 어떤 활동에 깊이 몰입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나요?
• 일상의 작은 일에서 보람을 찾는 경험이 있나요?

OECD 여러 국가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남성이 여성보다 여가시간이 많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로 가사노동과 돌봄의 부담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만한 점은 남녀 평등 수준이 높은 핀란드나 미국, 영국 등은 여가 격차가 작고, 전통적 성 역할이 강한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격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 해 볼만한 질문:

• 가족 내에서 여가시간을 공평하게 나누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여가시간은 증가하지만, 활동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젊은층(20-30대)

• 신체 활동적: 스포츠, 여행, 새로운 취미 도전
• 디지털 중심: 게임, SNS 급증

중장년층(40-50대)

• 시간 부족, 경제적 여유 증가
• 가족 중심 활동, 홈트레이닝, OTT 시청 급증

노년층(60대 이상)

• 가장 긴 여가시간 (하루 평균 6-7시간)
• 정적 활동: TV 시청, 산책, 원예 등

✏️ 해 볼만한 질문:

• 현재 내 나이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 10년 후 나는 어떤 휴식을 꿈꾸고 있나요?

대한민국의 여가생활은 '적극적 활동'에서 '소극적 휴식'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2019년 대비 2023년 조사에서 단순히 '쉬는' 시간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집에서 보내는 여가시간이 54%로 늘어나면서 '홈 루덴스' 문화가 자리잡았고, 스마트폰과 OTT 시청 등 디지털 기반 개인 여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여가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성별 간 여가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여가활동조사」(2021-2023)에 따르면:

평일 평균 여가시간

• 2019년: 3.3시간
• 2021년: 4.1시간 (코로나 영향)
• 2023년: 3.7시간

주요 여가활동 순위 변화

1. 2019년: TV 시청(84.8%) → 휴식(53.6%) → 스마트폰(47.2%)
2. 2023년: 휴식(62.1%) → 스마트폰(58.4%) → TV/동영상 시청(51.7%)

*주목할 점은 “별다르게 활동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응답인 '휴식'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사 항목이 별도의 카테고리 구분 없이 '휴식'이라고 설정되어 있는 부분은 좀 아쉬워요. 휴식은 여가시간 활동의 대부분의 범주를 포함하기 때문이죠.

남성 (2023년 기준)

• 평균 여가시간: 4.2시간
• 주요 활동: 스포츠 관람(34%) → 게임(29%) → 음주(23%)
• 선호 장소: 집(45%) → 스포츠시설(22%) → 카페/술집(18%)

여성 (2023년 기준)

• 평균 여가시간: 3.1시간
• 주요 활동: 쇼핑(42%) → 미용/뷰티(31%) → 카페 이용(28%)
• 선호 장소: 쇼핑몰(35%) → 카페(31%) → 집(25%)

한국 역시 여성의 여가시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요. 2019년 3.5시간에서 2023년 3.1시간으로 감소했어요.

20대 (2019년 vs 2023년)

• 게임: 45% → 52% (증가)
• SNS: 38% → 61% (급증)
• 독서: 23% → 15% (감소)
• 여행: 31% → 19% (감소)

30-40대 (2019년 vs 2023년)

• 육아/가족활동: 29% → 41% (증가)
• 홈트레이닝: 12% → 28% (급증)
• 넷플릭스 등 OTT: 18% → 46% (급증)
• 외식: 42% → 31% (감소)

50-60대 (2019년 vs 2023년)

• 등산/산책: 34% → 48% (증가)
• 원예/가드닝: 15% → 23% (증가)
• 요리: 21% → 31% (증가)
• 종교활동: 28% → 19% (감소)

2023년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집에서 보내는 여가시간'의 급증입니다:

• 2019년: 주말 여가의 32%를 집에서
• 2023년: 주말 여가의 54%를 집에서

이는 전 세계적 추세와도 일치합니다. 팬데믹 이후 '홈 루덴스(Home Ludens, 집에서 놀기)'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 해 볼만한 질문:

•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당신의 집은 '진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잘 꾸며져 있나요?
• 혼자 하는 여가와 함께 하는 여가의 적절한 균형을 찾고 있나요

1) 사회적 vs 개인적 여가의 균형

북유럽(개인적 + 가족 중심) vs 지중해(사회적 + 커뮤니티 중심) vs 동아시아(개인적 + 성취 지향)

한국은 개인적 여가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함께하는 여가'에 대한 갈증이 있어 보입니다. 2023년 조사에서 "혼자 하는 여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2%에 불과했어요.

2) 계획적 vs 즉흥적 여가

독일의 체계적 여가 vs 이탈리아의 즉흥적 아페리티보 문화를 보면, 여가에 대한 접근 방식이 국가마다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은 여전히 '계획적 여가'(여행, 문화활동 등)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즉흥적 여가'(산책, 카페 등)가 늘어나는 추세예요.

3) 시간 vs 공간 중심의 여가

시간 중심: 북유럽의 정해진 휴식 시간, 스페인의 시에스타 공간 중심: 일본의 전용 취미 공간, 이탈리아의 피아자 문화

한국은 아직 '여가를 위한 전용 공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입니다. 집에서의 여가가 늘어나는 만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제 나만의 휴식 레시피를 만들어볼 차례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1. 시간의식: 나는 휴식을 '남는 시간'으로 여기나,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나?
2. 공간: 나만의 휴식 공간이 있나? 집은 진정 쉴 수 있는 곳인가?
3. 관계: 혼자 쉬는 시간과 함께 쉬는 시간의 균형은 어떤가?
4. 깊이: 피상적인 시간 때우기와 의미 있는 여가의 비율은?
5. 계획: 즉흥적 휴식과 계획된 여가 중 어느 것이 나에게 더 필요한가?

📮 팟캐스트 〈고요하게 품는 질문: 고품질〉 네번 째 이야기

브랜딩 컴퍼니 'NOT A BUT B'를 운영하고 있는 혜원님과 함깨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 보호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무뎌지거나 나를 지우는 방식 대신에 나를 잘 데리고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요. (특히, 40대를 맞이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유연하고 맑게, 나를 잘 데리고 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번 화를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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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서울숲의 커뮤니티센터는 그 자체로 깊은 몰입이 가능한 휴식 아지트가 됐어요. 그 어떤 수업보다 깊은 집중을 했고, 각자가 원하는 휴식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름다웠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휴식 워크숍에서 또 만나기를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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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라이프컬러링을 운영하며 <내가 좋아하는 휴식리스트 만들기>, <휴식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자칭, 타칭 휴식 덕후. 사람들이 각자의 휴식을 발견하는 모습이 좋아서, 나만의 휴식법을 발견하는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책 <휴식 찾기의 기쁨>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