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남해에 왔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남해에요. 여수도 거제도 아름답지만 최근 몇 년간 저는 남해군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굽이 굽이 작은 만이 만들어내는 작은 항구 마을이 이 섬 전체를 매번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들어 주거든요.

오늘 아침에는 남해에 살고 있는 친구, 현지님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들만 안다는 이름 모를 바다에 다녀왔어요. 막다른 길 끝에 차를 세워 바다 방향으로 걸어들어갔는데요. 바다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하고 그럴듯한 표지판도 없었어요. 바다에 다다랐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남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거대한 지층의 바위들과 깎아질러 줄서 있는 절벽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과 만나는 작은 바다 옆 냇가, 도저히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생기 절벽 위 작은 초소와 반대편 절벽에서 낚시 중인 한 아저씨, 저 멀리 타코야키를 닮은 동글동글한 작은 섬 하나와 목적지가 어디인지 예상할 수 없는 망망대해 끝 화물선들이 한꺼번에 펼쳐졌어요. 이름 붙여진 해수욕장이나 번듯한 시설을 갖춘 항구 마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무한함이 한 번에 느껴졌어요.

동시에 <이름이 없다>는 건 <무한함>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아무도 정의하지 않아서, 아직 그럴듯한 이정표를 붙여두지 않아서, 구전으로 전달된 모험가들의 입에만 오르내리는 곳만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함이요. 이곳에는 벤치가 없어서, 그늘막이 없어서, 시작과 끝의 경계가 없어서, 결정적으로 이름이 붙여지지 않아서, 사용하는 사람의 뜻대로 무한히 사용되고, 여겨지고, 기억되는 곳이라는 사실이 저를 설레게 했어요. 

삶의 어떤 부분은 명료하고 또렷하게 관찰하고 정리해두고 싶지만, 어떤 부분은 반들반들 닦아두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뚜렷하게 정의되지 않아서 신비롭고, 악착같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서 아름답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어서 무한함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여러분은 삶의 어떤 영역을 미지로 남겨두고 싶은가요?

또렷하게 정의되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천천히 음미해보는 공간을 남겨돌 수 있다면, 그 공간에서 나는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필요가 없는 <아직 이름 없음>의 영역이 내 삶에 존재할 수 있다면 내 삶은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요. 세상에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회복하는 밤을 보내봅니다. 

님, 이번 제철휴식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