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미꽃체 #몰입 #춤추기
  
• [제철휴식 곳간] 송은이의 번아웃을 다루는 법
• [제철휴식 장비소] 에디션덴마크의 티포트
• [Q&A] 매 순간 불안을 느껴요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후배로부터 미꽃체 글쓰기 책자를 선물로 받았어요. 스스로 산 책이라면 3일도 못 쓰고 문을 닫았겠지만 후배가 선물로 준 책이라 그냥 책꽂이에 두는 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켜두고 글씨를 쓰며 빈둥대는 것이 저의 휴식이에요.

요즘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공원에 쌓인 눈을 바라보았는데 햇빛에 은은하게 반사되는 눈의 빛들이 좋았어요. 좀 더 가까이 가서 만져도 보았어요. 솜처럼 폭신폭신했습니다. 손의 온기와 눈의 한기가 만나 물방울이 맺혔어요. 어느새 단단해진 눈은 평평한 눈덩어리가 되었지요. 손은 금세 차가워졌지만 그 느낌이 좋았어요.

지금 발리 여행 중인데요. 우붓의 한 카페에서 디제잉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푸릇푸릇 나뭇잎이 가득한 자연을 배경으로 공연이 펼쳐졌어요. 여행자들이 음악에 맞춰 아무렇게나 춤을 추고 있었고, 어린아이들도 강아지도 함께 춤추었어요. 분위기에 취해 저도 살랑살랑 춤을 춰봤습니다. 평소의 저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인데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가만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살짝 리듬을 타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이 공간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고 이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송은이의 번아웃을 다루는 법

얼마 전 송은이가 그림 심리검사를 받으면서 번아웃을 고백한 유튜브 영상을 봤어요.

송은이: 한 2년 전에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다 짚어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결국 일을 좀 줄이긴 했지만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마음은 여전해요.

선생님: 한 회사의 대표로 무거운 책임감과 압박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송은이씨의 모습이 갑옷을 입고 있는 5살 어린아이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제안을 드려요. 우선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집중하면 좋겠어요. 삶에서 내가 좋다고 느껴지는 순간의 지분을 늘려보는 거죠.

Ⓒ 유튜브 VIVO TV - 비보티비

*대화의 내용을 요약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유쾌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느라 자신이 지쳐가는 것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는 송은이의 고백이 슬펐어요. ‘갑옷’이란 말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졌거든요. 삶이 너무 버거우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죠. 무거운 갑옷을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요.

그럴 때마다 저도 내 본질은 ‘갑옷’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작고 여린 나’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려고요. 작고 여린 내가 울고 있는지,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아줄 수 있다면, 삶에서 스스로 좋다고 느끼는 순간의 지분도 조금씩 늘려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갑옷 속 어린 아이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큐레이터  혜원의 제철휴식 장비: 에디션덴마크의 티포트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잠도 깨우고 생각도 깨우고자 차를 우려 마십니다. 생일에 선물로 받은 잎차를 우릴 때 쓰는 티포트를 사용 중인데요. 에디션덴마크 브랜드의 제품이에요. 말린 잎차를 한 스푼 가량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찻물이 우러나올 때까지 몇 분간 기다리다가 버튼을 누르면 차만 쑥 내려가요. 제대로 하려면 다구 세트가 있어야 하지만 간편하게 차를 마실 땐 이 티포트가 참 유용해요.

photo Ⓒ 에디션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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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좋은 휴식을 돕는 ‘장비’는 무엇인가요?
좋은 휴식을 돕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나만 알기 아까운 제철휴식템과 장소를 공유해 주세요!

제철 휴식 상담소

제철휴식 구독자분들의 다양한 휴식 고민을 다룹니다. 나와 비슷한 시각으로 휴식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있는 사연이라면, 더욱 유심히 보아주세요. 매주 제철휴식 큐레이터가 공들여 작성한 편지로 답해드릴게요.

C님의 휴식고민

매 순간 걱정과 불안한 상태가 아닌, 오롯이 쉰다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요. 내가 좋아할 만한 장소, 그곳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는 부분도 궁금해요. 바쁘게 일하면서 잘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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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또렷하게 만들어주세요”

큐레이터 보라의 편지

‘나는 요즘 매 순간 걱정과 불안을 느낀다’

저는 이 문장의 건강함을 믿어요. ‘요즘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나’, ‘너무 많은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나’를 안다는 것은 적어도 피하지 않고 ‘나를 보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반대로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나는 요즘 꽤 괜찮아’라고 느끼는 상태가 좀 더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잘 쉬는 법을 알아가려면 ‘잘 못 쉬는 내 모습’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일상에서 ‘불안해하거나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잘 관찰하고, 그 시간으로부터 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아주 정확하고 섬세하게 나를 도울 수 있는 시작이 되기 때문이죠.

먼저, 불안을 느낄 때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살펴봐주세요.

이런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 내가 불안하면 하는 일
  (*저의 목록을 예시로 적었습니다.)

1. 손톱을 뜯는다
2. 단것을 습관적으로 먹으려고 한다
3. 사고 싶은 것이 없는데 자꾸만 쇼핑을 한다
4. 끊임없이 유튜브 영상을 본다
5. 자꾸만 시계를 본다

내가 불안을 느낄 때 자주 사용하는 패턴을 관찰하고, 발견될 때마다 그 목록을 적어두는 거죠. 실체가 없는 불안을 누비는 일보다 불안을 마주하고, 그를 뚜렷하게 만들어주는 일은 불안을 다루는 데 꽤 도움이 돼요.

이 목록을 적어두면 불안을 감지하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이런 질문을 역으로 해볼 수 있거든요.

• ‘아, 지금 단것을 너무 많이 먹었네’ → ‘혹시 오늘 나 많이 불안한가?’
• ‘정신 차려보니 온라인 쇼핑을 너무 많이 했잖아.’ → ‘혹시 요즘 나 즉각적인 마음이 안정이 필요했나?’
•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다음 할 일을 찾으며 허둥대고 있잖아’ →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지금 계속 움직이는 건가?’

만약 목록에 적어둔 이 시그널이 감지됐다면, 하던 일을 잠깐 멈추고 눈을 감아보세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가만히 외쳐보는 거예요.

‘지금 나는 불안하구나. 이대로 멈춰보자.’

‘지금 나는 불안하구나. 이대로 멈춰보자.’

‘지금 나는 불안하구나. 이대로 멈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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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불안한 나를 한 번 봐주세요. 마음속에서 ‘불안해! 제발 나를 봐줘!’라고 외치던 내 세포가 고함을 멈추고,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죠. 마음이 조금 잠잠해졌다면 천천히 눈을 뜨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불안한 내가 원했던 건 새로운 자극, 새로운 영감이나 장소가 아니었지도 몰라요. 새로움은 불안을 잠깐 덮어주는 이불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자극이 사라지면 더 큰 불안이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몇 번의 연습을 해보면서 스스로 충분히 차분해졌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좋아하는 쉼의 장면을 찾아보는 일을 시작해 봐도 좋아요. 지금 내가 보고 싶은 것,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두서없이 적어보면서 가장 쉽고 또 원하는 일 하나를 골라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좋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소란스러운 외부의 자극 대신에 마음속 불안을 들어주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물론 한 번에 불안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평안해지지는 않을 거예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연습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 이후에 언제라도 불안이 조금 잠잠해진 자리에 깨끗한 새로움을 넣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C님을 즐겁게 만들어줄 거라 믿어요.

C님의 평온과 안녕을 바랄게요!

님, 이번 제철휴식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