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조명과라디오 #나무의오늘 #클래식음악
  
• [제철휴식 곳간] <페르소나:설리>를 보고
• [제철휴식 장비소] 모던 80 양지사 스케줄러
• [Q&A] 못난 생각이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 [올 해 마지막 클래스] 일상을 바꾸는 나만의 휴식법 찾기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따뜻한 물로 몸을 개운하게 씻어내고 좋아하는 잠옷을 입으면 침대에 갈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예요. 침대 옆 협탁의 작은 조명을 켜고,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라디오를 켭니다. 저는 편하게 앱을 이용하는데요,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나긋한 DJ의 목소리와 노래를 들으면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껴요. 그러다 잊고 지내던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죠. 저는 <옥상달빛의 푸른 밤>으로 마음이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많은 위로를 받아요.

일정이 여유있는 날 오전엔 집 앞 창경궁 산책을 나섭니다. 산책로 초입에 너무 눈에 띄는 나무가 있었어요. 네이버 렌즈로 검색해 보니 '자귀나무'라고 하더군요.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던 나무래요. 그런데 봄과 여름엔 핫핑크색 꽃을 뽐내다가, 가을 초입으로 들어서려니 뭔가 콩주머니 같은 열매가 열리더라구요. 1-2주 더 지나면서 보니 그 콩주머니가 말라가는 변화를 보았습니다. 마음을 기울여 한 생물의 계절 여행을 바라보는 것이 왠지 모르게 위안이 됩니다.

리추얼 커뮤니티 '밑미'에서 진행하는 음악 감상회에 참석했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을 해라!'라는 한 교수님의 말을 떠올리며,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용기를 내어 참여해 보았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오디오 기기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했어요. 그 기쁨을 재현하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같은 곡을 들어보았는데, 역시나 현장에서 들었던 선율의 섬세함과 웅장함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클래식 음악은 좋은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넷플릭스에 새로 공개된 <페르소나:설리>를 보았어요. 2화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가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요. 설리가 인터뷰의 질문에 답하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고백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설리 인터뷰 중-

“내가 힘들다고 얘기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고, 제 주변에는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네 스스로 선택해봐’, ‘네가 골라봐’,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넌 요즘 어때?’ 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없어요. 그냥 너무 힘들지만 아무 생각없이 일을 계속 하는거죠.”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스스로 자책하고 깎아내리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제 생각과 제 의견을 얘기 하면서부터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기분이 나쁘면 왜 지금 기분이 나쁜지. 하는 것들이요.”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탓하며 살았을지, 그녀의 고백에 마음이 아팠어요. 한편으로, ‘넌 요즘 어때?’라는 질문을 해 줄 단 하나의 목소리가 곁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그녀에게 필요했을 깊고 다정한 질문들을 떠올려봤어요.

• 오늘 기분이 어땠어?
• 오늘은 어떤 일이 널 기쁘게 했어?
• 오늘 무엇 때문에 힘들었어?
• 오늘 감사했던 것 하나를 떠올려볼까.
• 오늘 왜 슬펐어?
• 그 장면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너를 어떻게 돕고 싶어?

사실 이 질문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를 위한 질문일거에요.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내게, 오늘 하루를 살아낸 내게 남아질 하나의 목소리로 다정한 질문을 띄웁니다. ‘넌 요즘 어때?’

Ⓒ <페르소나:설리>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제철휴식 상담소

💌 INFP인 H님의 휴식 고민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그 때 뿐, 부정적이고 못난 생각이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썩지 않고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를 떠도는 플라스틱병처럼 말이죠. 놀이 휴식을 해도, 빈둥 휴식을 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어떤 휴식이 답일까요? 답이 있긴 할까요?

💌

"반갑지 않은 손님을 궁금해 해보면 어떨까요"

큐레이터 보라의 답장

H님의 짧고 강렬한 고민을 읽으며 무척 공감이 갔어요.

저 역시 올 해 초를 그런 마음으로 보냈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그럴 때 저 역시 놀거나 빈둥거려도 마음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더라고요. 바짝 긴장하는 프로젝트를 마치거나, 책임감이 무거워 고민할 여유조차 없을 때는 비워내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도움이 되었는데요. 반대로 마음이 둥둥 떠다닐 때는 무엇을 해도 재미없는 상태가 이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대체로 <직면해야 하는 일들을 회피하고 있을 때>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려워서 자꾸만 도망치게 되는 일, 두려워서 스스로 할 수 없을 거라고 규정지어 놓은 일, 불안해서 뚜껑조차 열어보지 못한 일 앞에서 자꾸 그 일이 없는 것처럼 모른척 할 때 기분이 없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구정인 작가님의 책 ‘기분이 없는 기분’에서 이 표현의 의미를 알게 됐어요.)

둥둥 떠다니는 마음은 아마도 전력으로 도망치는 중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중요한 문제에 도달하기가 두려워 도망칠 때는 마음을 세밀하게 감지하고, 감각의 날을 세우는 일이 더 고통스러울 뿐이니까요.

이럴 때는 빈둥 휴식도 놀이 휴식도 아닌 관찰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긴 호흡으로 나를 관찰해보는 거예요. 마음이 둔해진 상태라 내 마음을 감지하는 게 평소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전 요즘에 이렇게 저를 관찰해봤어요.

처음에 막 떠오른 질문과 의심들

• 내년의 나는 계속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걸까?
• 지금 내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린 건 아닐까?
• 남들이 이런 일 저런 일을 해냈다는 소식을 볼 때마다 조바심이 생기네
• 계속 혼자 일하면서도 원하는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편견없이 순수한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던져 본 질문들

• 나는 왜 더 성장하고 싶은가?
• 내가 원하는 속도는 어떤 속도인가?
• 나는 누구와 일하고 싶은가?
• 나는 어떤 삶을 욕망하나?

그리고 이 질문들을 하나씩 품고 무작정 혼자 산책을 했어요. 혼자 길을 걸으면서 생각하고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떤 질문들은 며칠이 지나자 답이 보였고 ‘나는 왜 더 성장하고 싶은가?’와 같은 질문은 끝끝내 답을 찾지 못했어요. 핵심에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자꾸 회피하고 싶은 저를 발견했죠.

때로 혼자 샤워를 할 때도 이 질문들을 계속 마음에 품고 제 마음을 관찰했어요.

생각해보니, 원하는 속도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저를 스스로 무능력하다고 혼내는 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그와 같이 걸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더 먼거리의 저를 그려보는 대화를 했어요.

대화를 통해 내 안의 다양한 욕망을 가진 내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 내가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로 영향력을 얻고 싶은 나
• 좋은 팀워크와 파트너십을 경험하고 싶은 나
•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나
• 살고 싶은 집의 모습이 뚜렷한 나

그 중 한 명에게 소홀해 질 때 큰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죠. 그제서야 이런 나를 돕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가 하나씩 보였어요. 간단하게는 작년에 시도했다가 포기한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보는 것부터, 크게는 연간 파트너십 계획을 세워보는 일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도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 보였어요. 

물론 모든 일들을 한 번에 다 해낼 수는 없겠죠. 다만 조금 더 세심하게 나를 들여다 봐줬다는 것. 그 사실이 저를 안심시켰어요. 눈이 아프면 눈을 보아주고,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잘 보아주듯이, 정확히 아픈 그 곳을 눈으로 한 번 확인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무기력한 나를 봐줬다는 사실이 위안이 됐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살면서 늘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과 같아요. 그 손님을 피할 수 없다면, 천천히 그 손님을 궁금해해봤으면 좋겠어요. 인사도 건네고, 질문도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안부도 물으면서요. 그 손님 안에서 다양한 욕망과 감정을 가진 나를 천천히 발굴해보시기를 바래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믿고 기다려주면서요. 무엇보다 나를 좀 애틋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요. 저의 진한 응원도 H님께 함께 보냅니다.

✻ 지금 신청 가능한 휴식 프로그램

[밑미] 일상을 바꾸는 나만의 휴식법 찾기 (11/25 토)

*11월을 마지막으로 밑미에서 열리는 휴식법 프로그램이 종료돼요. 신청을 원하는 분들은 이번 달에 꼭 만나기로 해요!

✻ B2B 휴식 프로그램

잘 충전하고 회복하고 싶은 조직이나 단체의 고민에 열려 있습니다. 휴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신 분들은 라이프컬러링 워크숍 안내서를 참고해 라이프컬러링으로 메일 (bora@lifecoloring.me)을 보내주세요!

님, 이번 제철휴식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