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변화무쌍한하늘 #아아 #여름의책읽기루틴
  
• [제철휴식 곳간] 휴식북클럽이 6월에 읽은 책
• [제철휴식 장비소] 오대산 전나무 숲길
• [제철휴식 상담소 ] 긴장을 풀고 쉬면 죄책감이 들어요
• [답장 소개] 휘몰아치듯 바쁜 일상에 위로를 받아요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변화무쌍한 요즘 날씨 덕분에 저에게 재미있는 빈둥텃밭 하나가 생겼어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참 보는 건데요. 구름이 바람에 몰려다니기도 하고, 금세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도 해요.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불편하게 느껴졌던 시기도 있었어요. 구름을 관찰하기 좋은 날씨라는 생각을 하고부터는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도 재미있다고 느껴요. 구름의 모양만 바라보아도 시간이 훌쩍 가는 것을 느껴요.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어떤 고민이나 생각에 빠져있는 내가 느껴진다면 잠깐 멈춰 서서 구름 모양을 바라보는 빈둥텃밭으로 넘어가보는 건 어떨까요.

(아무리 빈속에 차가운 음료가 안 좋다고 해도) 아침에 마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의 충만함을 참을 수 없어요. 음료가 반쯤 남은 유리컵을 보다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었어요. 얼음이 서서히 녹는 장면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데, ‘아, 지금 여름을 온전히 즐기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늘 마시는 커피인데도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나를 위해 만든 커피 한 잔과 음미하며 마시는 아침의 분위기와, 서서히 녹아가는 얼음을 보는 시간을 사랑해요.

저만의 ‘여름 책읽기 루틴’이 있어요. 소파에 앉을 때 등받이에 큰 쿠션 두 개를 셋팅해요. 하나는 가로로 길게, 그 위에 세로로 길게 쿠션을 덧대면 등을 대고 앉았을 때 허리부터 목까지 폭 안기는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 그 다음 선풍기 바람이 발로 향하는 각도를 찾아요. 발가락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오면 정말 기분이 좋거든요. 관찰텃밭에서 소개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더해지면 루틴의 완성이랍니다. 이렇게 앉아 책을 읽으면 천국이 따로 없어요. (물론 너무 편해서 금방 잠이 들기도 하지만, 잠이 들면 뭐 어떤가요.) 그냥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만들어낸 시간은 밀도가 훨씬 깊어요.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느낌 때문일 거예요.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 휴식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6월에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 김신지의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함께 읽었어요.

『걷기의 인문학』은 걷는 행위가 가지는 문화적, 예술적, 사회적 의미를 안내해요. 산책의 의미를 넘어 걷기는 존재하는 방식을 설명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파리, 샌프란시스코, 뉴욕의 걷기가 얼마나 다른지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다가 얼른 밖으로 나가 걷고싶다는 생각이 불끈 들기도 했어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나로, 오늘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며 살아가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요.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느냐가 나다움을 결정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멤버들과 함께 밑줄 그은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 보행은 몸과 마음과 세상이 한 편이 된 상태다. 오랜 불화 끝에 대화를 시작한 세 사람처럼.
•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내 두 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 내 병을 고치는 두 의사는 내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다. 내 몸과 마음은 서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한 쪽이 병에 걸리면 예외없이 다른 쪽도 병에 걸리는데, 그렇게 몸과 마음이 병에 걸렸을 경우에도 그 두 의사를 부르기만 하면 병이 낫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도시 보행은 시골 보행보다는 여러모로 원시 사회의 수렵채집을 더 닮은 것 같다.
• 밤의 길거리는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는 거대한 집이다.
• 몇 년 전, 어떤 우울한 감정과 관련될 수도 있는 일시적 불면 탓에, 며칠 연속으로 밤새도록 길거리를 걸어다닌 적이 있다. 그렇게 자정부터 새벽까지 걸어 다니는 일은 괴로움을 치료하는 약이기도 했고, 세상을 가르쳐주는 학교이기도 했다.
•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점점 증식하는 기술력은 생산 시간을 최 대화하고 이동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유 시간을 제거하고 있다. 점점 빨리 돌아가는 듯한 세상에서 최첨단의 시간 절약 기술력을 통해 노동자 가 얻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생산성이다.
•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는 일은 마음을 두루 살 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 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 함께 걷는 행위,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다르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가장 비슷한 그 행위를 통해서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필요나 대화를 피하게 해주는 다른 일에 열중할 필요도 없이 함께 있음을 한껏 누릴 수 있다.
• 보행의 시작은 지연됨 넘어짐이고, 넘어짐은 에덴동산에서의 추방과 만난다.
• 걷는 데는 계급이 없어요. 계급이 없는 스포트가 몇 가지 없는데, 걷는 것이 그 중 하나지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아무런 셈도 없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돕는다는 자각 없이도 돕는 할머니 곁에서 나는 사람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 듣는 것처럼 다시 배운다.
•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아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거예요. 주인공한테 함부로 하면 안 되잖아요.
• 해 질 무렵,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에 목적없이 오래 걷는 산책을 하고 싶었다.
• “늦게 일어나선 안 돼”보다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시간을 써보고 싶어”가 나은 다짐인 것처럼, 자연스러움이란 매듭을 묶는 것보다 푸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 거기까지가 나라고 받아들일 것. 요즘의 내가 얻은 가장 귀한 깨달음 중 하나다.
• 산다는 건 용기다. 계속해서 내게 맞는 것을 찾고 나를 웃게 만들 미래를 선택할 용기.
•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그 단순한 자유를 왜 그토록 오래 잊고 살았을까?
•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토록 오래 헤맸는데 그건 그저 살아가는 일이었다니.
• 하루치의 삶에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할 것. 동시에 결코 오늘의 기쁨을 소홀히 하지 말 것.
• 가난이 우리를 정말 가난하게 만들지는 않았던 것처럼. 불행이 우리를 정말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았던 것처럼.
• 어떤 것을 바라보기 위해 우리가 충분히 어두워저야만 한다는 것.

휴식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열띤 쉼의 대화를 나눴던 6월의 휴식 북클럽 모임 사진도 공유해요. :)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제철휴식 상담소

💬 INFJ인 O님의 휴식 고민

업무 중에는 긴장의 끈이 너무 팽팽해지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긴장을 풀고 쉬면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자발적으로 쉬는게 힘들어요. (그래서 운동을 합니다ㅜㅜ) 휴식을 가져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
"쉼이 꼭 이완이어야 할까요?"

큐레이터 보라의 답장

‘잘 쉰다는 건 뭘까’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제가 내린 결론은 모든 쉼이 꼭 이완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이제까지 듣고 배운 휴식 중에는 누워있거나, 늘어지거나, 가만히 있는 ‘정적인’ 휴식이 많잖아요.

하지만 꼭 휴식이 정적이거나 이완되는 시간일 필요가 있을까요.

몸을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 기분에 도움이 되는 사람에겐 ‘동적인’휴식도 좋은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달 휴식 북클럽에서 읽었던 ‘걷기의 인문학’을 통해 걷기가 절묘하게 ‘동적이면서 정적인’ 휴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다르면서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가장 비슷한 그 행위‘가 걷기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걷다 보면 어느새 발이 저절로 움직이고, 몸이 자동화(?) 모드가 되어 있잖아요. 어느 정도의 자극이 존재하지만, 일상에 느끼는 자극과는 다른 상태에 머물게 되는거죠.

O님에게 그런 시간을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적당히 자극적이고, 동시에 적당한 이완이 존재하는 시간이요. 제가 추천한 ‘걷기’의 시간일 수도 있고요. ‘요리’를 하는 시간일 수도 있어요. 책상 위를 ‘정리’하는 시간일 수도 있고요. ‘샤워’를 하는 시간일 수도 있죠.

내가 좋아하는 쉼의 순간은 오직 ‘나’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험이 필요해요. 적당한 자극과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 무엇일지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하나씩 시도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중에서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시간을 나만의 쉼의 순간으로 꽉 껴안아보시면 좋겠어요.

운동을 하든, 걷든, 누워있든, 숨을 크게 쉬어보든, 제일 중요한 건, 나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요!

💌 제철휴식 답장

지난 호 제철휴식이 발송된 후, 반가운 답장을 받았어요. 

님, 이번 제철휴식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