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버스종점 #밤일기 #마트쇼핑
  
• [제철휴식 곳간] 크러쉬의 번아웃 고백
• [제철휴식 장비소] 창경궁과 온실 주변
• [제철휴식 프로그램] 휴식이 자꾸 해야  할 일처럼 느껴져요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늘 목적지에 도착하고자 버스를 탔는데, 멍 때리며 창밖을 보다가 내려야 할 곳에 못 내린 적이 있어요. 급하게 다음 하차지에서 내릴 수 있었는데 그냥 그러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종점까지 멍하니 타고 간 적이 있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종점이 주는 편안함? 안도감과 함께오는 일탈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 종종 멍하니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하곤 해요!

최근에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기록을 해야 해, 일기를 써야 해’라는 의무감보다는, 머리에 있는 뭉텅이들을 늘어놓는 말장난처럼 쓰다 보니 꽤나 재밌더라고요. 결말을 맺을 필요도 없고, 분량 제한도 없다 보니, 편안한 마음과 그렇지 못한 글씨로 휘갈기며 쓰는 편이에요. 주로 밤에 쓰고요. 일기를 쓰다 보면 스스로를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뜬금없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어디에도 드러내지 못한 생각을 의식의 흐름으로 막 쓴 내용이 웃기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약(?)하기도 합니다.

자취를 하는 저는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자주 가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고구마, 과일 등 매일 달라지는 식재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냥 구경하러 갔다가 발견하는 맛있는 간식들을 먹는 소소한 재미도 느껴보기도 해요. 마트에 가면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 중에 하나에요. 가지고 싶은 것을 부모님께 얻어내기 위해 떼를 쓰는 아이라든지, 데이트 겸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커플들, 장보기 리스트를 써가지고 다니면서 쏙쏙 골라 필요한 것만 사가지고 나가는 계획형 J형 인간이라든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곤 느껴요. 실컷 구경하고 나오면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들고 마트를 나오면 야무진 행복을 챙길 수 있어요!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 크러쉬의 번아웃 고백

"기분은 선택할 수 없지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어요."

<나 혼자 산다>에서 크러쉬가 번아웃에 대해 고백한 적이 있는데요. 이 고백에 대해 친구인 의사 선생님이 해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오늘 하루의 <기분>은 내 마음대로 예측하거나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아주 사소한 일 하나를 나를 위해 해보는 것. 번아웃에서부터 나를 구하는 작고 다정한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제철휴식 상담소

💬 ENFJ인 J님의 휴식 고민

휴식마저도 생산적인 것을 할 때 보람찬 기분을 얻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땐 뭔가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인스타그램을 하거나, 웹툰을 보면서 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쉴 때도 있는데, 뭐랄까 해야할 일을 미루고 쉬고 있는 느낌이 든달까요. 그래서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는 것 같은 쉬는 방법을 찾아서 하고 있는데. 가끔 쉬는 것도 '해야만 해'의 느낌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하게 될 때가 있어요. 사람마다 휴식의 방법이 다르단걸 알면서도 말이죠. '잘 쉬어야해'라는 마음으로 쉬는 게 휴식이 맞는지가 고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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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와 ‘하고 싶다’를 구별해 보세요.

큐레이터 보라의 답장

사연을 읽으며 J님의 ‘잘 쉬어야해!’라는 마음 속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저도 유독 에너지가 좋지 않은 시기에 질 낮은 휴식을 하게 되고(도파민 뿜뿜, 자극적인 것들로만 가득인 휴식이요.), ‘당장 잘 쉬지 못해?’라는 다그침이 마음 속에서 요동치는 것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마음은 희한하게도 ‘해야 한다’라고 소리치는 순간부터 경직되고, 부담이 생기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중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해야 한다’가 → ‘잘 해야 한다’로 변질될 때 더 심해지는 것 같고요.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잘’해내고 싶잖아요. 일도 취미도 휴가도 관계도 뭐든지요. 그런데 삶에서 너무 해내야하는 게 많으니까 휴식도 해야할 일 처럼 느껴지고, 마음의 부채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혹시 너무 ‘잘 쉬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다면, ‘잘’을 슬그머니 빼보자고요. 마음 먹고 ‘엉망진창’으로 쉬어보는 거예요. 정갈하고 아름답게 말고, 유익하고 야무지게 말고, 무익하고 쓸모없는 하루를 보내보는거죠. 힘을 쫙 빼고, 매일 하던 루틴을 빼먹어도 상관없고, 건강한 음식을 스킵해도 봐준다는 마음으로요.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어요. ‘해야 한다’보다 ‘하고 싶다’에 더 초점을 맞춰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오늘 하루 푹 쉬기로 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거죠.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두지 말고, 지금의 내 상태에 집중하면서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일을 감지해 보세요. 오전 내내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웹툰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에게 그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세요.

쉬는 날 몸을 움직이기 싫을만큼 힘든 한주였고, 새로운 자극보다는 익숙한 자극을 누리는 것이 편한 상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이에요. 원하는 게 낮잠이라면 자도록 허락하고, 원하는 게 간식이라면 맛있는 것을 먹도록 내버려두는거죠. 중요한 건 무엇을 하든 원하는 것을 감지했다면 ‘기꺼이’해보는 거예요. 무엇을 하느냐 보다, 기꺼이 나를 위한 마음으로 시도해봤다는 게 훨씬 중요해요.

어떤 상황이든 절대적으로 좋은 휴식이나 나쁜 휴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방식으로 웅크리고 있는 것이 제일 좋은 휴식 일수도 있고요.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안 좋은 휴식일 수 있으니까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상태에서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죠.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내게 가장 알맞고 좋은 것’이라는 믿어요.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볼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는 건, 몸과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오늘은 마음껏 J님 원하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휴식크루 소식

휴식크루 1기 멤버들과 함께 매월 <휴식>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어요. 6월의 책은 지난 호에 소개해 드린 <놓아버림>과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였답니다. 2시간 정도 책에 대해 깊은 대화를 주고 받아요. 서로 밑줄 그은 문장을 나누며, 책을 새롭게 다시 읽는 기분이 들고요.

6월 모임에는 날씨가 유독 좋아서 모임이 끝나고 김밥을 사들고 한강으로 갔어요. 솔솔 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함께 쉬는 것으로 모임의 마무리를 완성했답니다. 휴식크루와 함께 나누는 모임도 소식도 종종 전할게요! 

님, 이번 제철휴식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