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띵곡유영 #귀파소 #예술영화관
  
• [제철휴식 곳간] 김우빈 “아,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은 없어”
• [제철휴식 장비소] 중랑 상봉 도서관
• [제철휴식 상담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잘 쉴 수 있나요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들을 담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찾아보면서 ’아, 이렇게나 좋은 노래가 또 있구나’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좋아해요. 이런저런 플레이리스트들을 듣다 보면 알고리즘이 자꾸자꾸 이런 노래도 들어보라면서 새로운 음악들을 추천해 줘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인생곡을 만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저만의 띵곡이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걸 보면 괜스레 뿌듯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저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에 있는 제목 글귀, 영상 더보기란에 있는 글귀, 댓글 창에 있는 글들도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기도 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겨요. 좋은 음악을 들으며 보내는 이 시간은 제 하루 중 가장 소중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힐링타임이에요.

차 뒷좌석에 앉아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틈이 생겼어요. 둘째 조카의 귀가 굉장히 커서, 왜인지 귀를 만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밝은 햇살을 불빛 삼아 귀를 비추어 살펴보니, 조치가 필요해 보이더라고요. 집에 오자마자 면봉으로 녀석의 귀 안쪽을 문질러 주었습니다. 실력 부족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은 얻지 못했지만, 이모의 귀파소(所)는 아이들에게 기분 좋음을 선사한 덕분에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귀를 들여다보려다 모로 누운 조카들의 행복한 얼굴을 관찰하며 기쁨을 느낀 이모는, 다음에는 더 기분 좋은 귀 파기 실력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귀를 활용해 열심히 면봉을 굴려봅니다.

광화문 인근에 저의 최애 플레이스가 있습니다. 예술영화관인데요. 제가 이름을 말하면 너무 많은 분들이 찾아가실까봐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ㅎ) 그 영화관은 들어서는 순간 숲을 내어 줍니다. 영화 상영시간이 되기 전에 잠시 소파에 머리를 기대어 낮잠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대피로를 알려 주는 영상이 나오는데, 대형 극장 브랜드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대피로 영상이 아닌, 스톱 모션으로 창작된 대피로 알람 영상이 재생됩니다. 그 대피로 알람 영상의 내레이션 역시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감독 또는 배우의 것입니다. 영화의 큐레이션 또한 삶을 색다르게 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고요하게, 때로는 시끄럽게. 예술영화관에 혼자 가서 쉬고, 느끼고, 사색하고, 영감을 채워서 돌아오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놀이 휴식의 의식이에요.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김우빈의 말
“아,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은 없어”

Q. 몇 년째 하루의 마무리로 감사 일기를 쓴다고요?

김우빈. 제가 데뷔할 때부터니까 한 14~15년 된 것 같아요. 그때는 지금 마음을 잃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요즘은 매일 다섯 개씩 간단히 써요. 예전에 새롭게 일이 성사되었다든가 하는 극적인 일을 주로 썼는데요. 요즘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가 놓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저는 하루에 하늘 2번 보기라는 목표도 있어요. 어제는 그걸 성공해서 그것도 쓰고요. 세 끼 다 챙겨 먹은 거, 그런 것들을 적었어요.

Q. 어느 인터뷰 보니까 이제 목표를 안 정하신다고요?

김우빈. 네, 이제 그런 거창한 목표보다는 최대한 지금 집중해 보려고 해요. 그런 노력들을 하다 보니까 요즘에는 ‘아,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은 없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그만큼 지금을 즐기면서 살고 있어요. 오늘은 6시에 일어났거든요? 운동도 하고, 반신욕도 하고, 밥도 먹고, 사람들 눈도 많이 쳐다보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출처: 유 퀴즈 온 더 블럭 tvN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휴식텃밭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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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쉬게 하는 <상상의 집>을 지어보세요"

큐레이터 보라의 답장

M님,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분이라면 격하게 공감할만한 휴식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더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일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 쉬운 상태죠. 좋아하는 일을 향유하며 보내는 시간은 대체로 즐겁지만, 즐겁다고 해서 모두 휴식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즐거운 생각이라도 과하면 몸과 마음은 곧 부담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휴식 시간만큼은 일에서 몰입했던 몸과 마음을 회복과 충전의 기운으로 채울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해 주는 것이 도움이 돼요. 일할 때는 스스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반대로 쉴 때는 일에서 건강하게 멀어질 수 있도록 시간을 계획적으로 써보는 연습을 하는 거죠.

공간에 비유해 설명해 볼게요. 모든 일상이 내가 하는 일로 꽉 차 있다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 짐을 한 개의 방에 몰아넣는 것과 비슷해요. 여분의 방이 더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방에 정리되지 않은 채로 짐이 쌓여있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거예요.

가상의 <집>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이 집에는 방이 서 너개 있어요. 각각의 방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을 수 있고 그 안에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시공간을 넘어 상상력을 마구 발휘해 방을 만들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것들로 채울 수도 있어요! 단, 규칙은 하나의 방에 하나의 테마만 존재해야 해요.

제 상상의 집을 소개해 볼게요.

❶ 첫 번째 방엔 침대와 요가 매트가 있어요. 그 방에서 저는 스트레칭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몸의 회복에 집중하려고 해요.

❷ 두 번째 방엔 제가 좋아하는 온갖 문구와 필기류, 종이와 스티커들이 가득해요. 이 방에서는 뒹굴뒹굴하며 하루 종일 무얼 만들며 놀 수 있어요.

❸ 세 번째 방은 좀 텅 비어있어요. 아주 편안해 보이는 1인용 의자가 놓여 있어요. 이 방에서는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면서 스마트폰을 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해요. ❹ 네 번째 방은 빽빽한 나무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어요. (방 안이지만, 제 마음대로 상상해 봤어요.) 가로수길을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바람을 즐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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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각각의 방은 내 휴식시간을 의미해요. 각 시간은 방이라는 경계를 가지고 있고요. 방을 옮겨가면 집중해야 할 주제와 감각이 달라져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내가 설정한 새로운 시간이 펼쳐진다고 상상해 보는 거죠.

시간은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방으로 나누어 놓으면, 시간의 경계를 나누기가 조금 더 쉬워져요. 하루를 마감하고 ❶번 방에 들어가는 나를 상상하면, 오직 몸의 이완에 집중하는 내가 그려져요. 혼자 놀고 싶은 나는 ❷번 방에서의 시간을 즐기죠. ❸번 방에서는 깔깔대는 나를 발견해요. ❹번 방에서 나는 큰 풍경을 보고, 고민을 털어내는 시간을 가져요.

언제, 어떤 방에 들어갈지 내가 정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새로운 방이 생겨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요즘의 나를 쉬게 하는 방을 잘 찾아 들어가는 거예요. 한 개의 방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몰아넣지 않고, 잘 분리해 놓으면, 각각의 방은 서로 다른 기능으로서 나를 잘 도와줄 거니까요.

M님의 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니까, 어떤 방에는 CD와 스피커, 음악에 관련된 물건들이 꽉 차 있을 거예요. 또 다른 방은 어떨까요.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방, 좋아하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방, 누워서 쉬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방이 있을지도 몰라요.

적어도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전혀 다른 감각을 사용하는 방으로 자주 들어가는 연습을 해보시면 좋겠어요. 오늘 나에게 필요한 방은 무엇일까를 상상해보며, 어떤 방 문을 열어볼지 조금은 신나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간의 경계로 진입해보는 연습이요!

이런 단계를 따라 해 보시면 더 좋아요.

❶ 지금 어떤 방에 들어가고 싶은지 정해보세요. (ex. 지금은 소파가 있는 방에 들어가 편안히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한 주간 못 봤던 드라마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싶어요.)

❷ 이 방에 얼마 동안 머물고 싶은지 나에게 물어봐 주세요. (2시간 동안 머물고 싶어요.)

❸ 이제 방으로 들어가, 마음껏 머무는 연습을 해보세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글을 모두 마무리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방으로 들어가는 저를 상상했어요. 하루 종일 긴장했을 구석구석을 풀어주면서 시원함을 느낄 저를 미리 떠올려보면서 마음이 좋아졌고요. 오늘 M님은 어떤 방에 머물고 싶은가요. 나를 위해 상상의 방을 짓고, 그 안에 기꺼이 머무는 하루를 보내시길요!

님, 이번 제철휴식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