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그저앉아있기 #나발견코너 #아침식사
  
• [제철휴식 곳간] 휴식크루와 함께 읽은 책 『번아웃의 종말』
• [제철휴식 장비소] 밤 시간 경계
• [제철휴식 상담소] 계속되는 자극에 지쳐요 by H님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남쪽으로 큰 창이 있는 집이라 날이 좋은 날에는 아침부터 밝은 햇빛이 방 안에 가득 차요. 그런 날에는 느그적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물을 컵에 가득 따른 다음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물을 다 마시는 동안 그냥 앉아만 있는 거예요.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 어딘가 가는 사람들의 걸음 소리, 자동차 소리, 나뭇잎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요. 동네랑 함께 잠을 깨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바쁘지 않은 아침에만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데일리 루틴 노트를 씁니다. 읽는 책의 내용을 필사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 하는 내용도 적기도 해요. 하루에 내가 했으면 하는 것들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노트에 수집하듯 적어 내려가는데, 얼마 전부터 '나에 대해 발견한 사실'이란 코너도 마련했어요. 어떤 일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고 왜 그랬을까 적어내려가기도 하고, 몸 여기저기의 흔적들에 대한 것을 적기도 해요. 최근엔 제 새끼발가락 발톱이 못생겼다는 걸 발견했어요. 학창시절에 맞지 않은 신발을 오래 신었기 때문이란 사실을 떠올렸죠. 대단한 발견이 아닌데도 나에 대해 하나씩 천천히 관찰하고 알아가고, 받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도 무척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셀프디깅'을 하며 제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 요즘 무척 재미있습니다.

요즘 아침을 잘 챙겨 먹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아침이면 히말라야 소금, 통 후추로 밑간을 한 후 올리브오일을 뿌려 구운 닭 가슴살로 만찬을 만들어요. 거기에 오이소박이를 함께 곁들이면 맛의 조화가 제법 좋아요.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먹으면 만찬이 완성되는 기분이에요. 아, 꼭 잔잔하게 재밌는 유튜브도 틀어놓고요! 아침 식사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저만의 놀이 텃밭이에요.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휴식크루와 함께 읽은 책 - 『번아웃의 종말』
4월 한달간, 휴식크루들과 함께 조나단 말레식의 『번아웃의 종말』 을 읽었어요. 누구나 일하는 마음이 지쳐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일 때가 있잖아요. 번아웃의 종말은 내 마음이 어떻게 소진되어가는지, 어떻게 냉소적으로 변해 좌절을 경험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어요. 휴식 크루들과 함께 밑줄을 책 속의 문장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 당신은 당신의 생산성보다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
• 결국 번아웃은 궁극적으로 상대방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은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질문은 단순히 “내가 번아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당신의 번아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 안에, 더 나은 일터를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까지 담기게 될 것이다.
• 너무 많은 일과 너무 적은 자율성은 번아웃을 낳는다.
• “전 온 세상의 그 어떤 살아 있는 존재보다도 저의 고양이를 사랑해요. 그런데 고양이는 일은 하지 않지요. 말 그대로예요.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고양이가 이만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또 친구들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고, 아이들 역시 일하지 않는데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면, 저도 마찬가지이지요.”
• 비효능감이란 영혼의 위기이자 자기 존중감과 의미를 향한 공격이다. 
• 안식일은 평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평일이 안식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안식일은 생활의 막간이 아니라 클라이맥스다.
• 중세 수도사들은 기도할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농업 노동을 개량하고자 물레방아를 도입한 얼리 어답터였다. 크라이스트 인 더 데저트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태양열 전지와 위성통신에 의지한다.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그저 기도에 있어서만은 효율을 따지지않을 뿐이다. 15세기 수사들은 기도를 간소화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 일에 대한 이상을 낮추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상을 다 같이 낮출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위한 더 높은 이상이 필요하다.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휴식텃밭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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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큐레이터 보라의 답장

며칠 전 ‘틱, 틱… 붐!’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마음속에 콕 남는 주인공의 대사가 있었는데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하는 대사였어요.

영화가 끝나고 이 문장의 여운이 계속 맴돌았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선택이 두려움에 떠밀려 온 것인지, 순수한 사랑의 마음인지 돌아보게 됐죠.

내가 추구하는 자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아 전시를 보러 가고, 마케팅과 이벤트를 탐색하고 있다면, 금방 마음이 지칠 거예요. 불안을 자극으로 덮어버리면, 자극이 없어진 상태에서 금방 다시 불안이 올라오거든요. 새로운 것을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도 또다시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사랑으로 추구하는 자극은 어떨까요.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 공간이 충분히 있을 때 추구하는 자극은 사랑이 가득할 거예요. 호기심을 가득 품고 받아들이는 영감은 그 어떤 것보다 재미있고 설레는 일이 될 테니까요.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해도 지치거나 소진되는 마음이 덜 할 거고요.

그러니 자극을 추구하는 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내가 그 자극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 탐색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난주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이폰의 자동 업데이트 알람이 떴는데 자꾸만 스마트폰이 업데이트 중에 멈추는 거예요. 스마트폰 용량이 모자란 상태로 제가 자꾸 업데이트 버튼을 눌러 발생한 일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 계속 새로운 것을 주입하니까 스스로 작동하기를 멈추고 ‘멈춤’이라는 액션을 선택한 거죠.

우리의 마음 상태도 스마트폰 업데이트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업데이트할 여유 공간이 없는데도 자꾸 새로고침을 눌러 무언가를 넣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업데이트 자체에는 잘못이 없어요. 자극을 추구하는 것 역시 그 자체로는 잘못이 없죠. 다만 현재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도하는 업데이트와 자극은 나를 멈추게 한다는 것, 그때는 나 스스로를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국, 언제든 내 마음을 먼저 물어봐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해요.

(!) 만약 지금의 상태가 잘 감지되지 않는다면, 이런 방법을 추천해요.

일주일 동안 내가 추구한 자극의 종류를 떠올려보는 거예요.

1. 일주일 간 시장 조사를 하느라, SNS로 새로운 브랜드의 소식을 너무 탐색한 상태인지 → 온라인을 통한 자극

2. 일주일 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정보와 교류를 너무 많이 나눈 상태인지 → 관계에서 느낀 자극

3. 일주일 간 고뇌와 걱정으로 머리 속이 계속 시끄러운 상태를 유지한 상태인지 → 내적 소음으로 인한 자극

내가 추구한 자극의 종류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적어도 주말이나 여가 시간에는 비슷한 종류의 자극을 피하는 형태로 시간을 사용해보는 것을 제안해요. 만약 자극을 줄이는 일이 한 번에 어렵다면, 일주일 동안 사용했던 방식의 ‘반대’ 에너지를 사용하는 자극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면, 온라인 자극에 지친 상태에서는 오프라인 자극을(책을 읽거나, 오프라인 모임에 갈 수 있겠죠.), 관계에서 느낀 자극에 지쳐있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극을(혼자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잠깐 혼자 산책을 할 수 있겠죠.), 내적 소음으로 인한 자극으로 지쳤다면 잠깐 시선을 바깥으로 돌릴 수 있는 자극을(재미있는 게임을 해보거나,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는 요가를 해볼 수 있겠죠.) 추구하는 식으로 반대 에너지에 집중해 보세요.

자극을 줄여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무자극의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나를 몰아부치지 마세요. 천천히 나에게 맞는 강도를 알아가는 것 만으로 충분해요. 나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자극이 덜한 시간을 하나씩 시도해 보세요. 내 마음의 신호를 계속 물어봐 주면서요.

사랑으로 가득한 자극을 즐길 수 있도록 지금의 나를 기다려주세요. 사랑이 많은 H님은 그 일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H님의 셀레는 자극 추구의 시간을 응원하며!

님, 이번 제철휴식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