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빈둥대화 #함께걷기 #안동의아침
  
• [제철휴식 곳간] 아이유의 슬럼프 극복법
• [제철휴식 장비소] 제철산책, 토정로
• [제철휴식 상담소] 혼자 있는 게 어려워요 by ENFP W님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아이와 한 침대를 씁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방 독립을 마친 친구들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조금 더 그 시기를 늦추고 싶은가 봐요. 자려고 침대에 눕습니다. 눕는다고 바로 잠이 오는 게 아니죠. 함께 나란히 누워있다 보면 자연스레 두런두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로 질문은 아이가 해요. "엄마 오늘 가장 기억에 맴도는 단어, 이야기 2개만 말해봐" 이런 식이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와서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 아이는 오늘 유튜브 뮤직에서 들은 인상 깊은 노래 가사를 읊어줍니다. "지구는 왜 파란색이어야만할까. 빨간색일 순 없을까. 하늘을 나는 물고기가 되고 싶어" 같은 가사죠. 조금씩 새로움이 사그라지는 엄마와 조금씩 더 새로움이 많아지는 아이는 그렇게 하루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스르륵 잠이 듭니다. 이것이 저의 빈둥 휴식입니다.

저에게는 천방지축 반려견이 있는데요. 최근에는 다른 강아지들과 마주치는 걸 좋아하지 않게 되어서 저녁 9시가 넘어 산책을 하고 있어요. 봄이면 벚꽃이 가득한 희우정로가 저희가 자주 다니는 산책길인데요. 벚꽃이 피었을 때는 '이 벚꽃이 지면 너무 아쉽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무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는 대로 열심히 계절을 겪으며 새로운 잎을 보여주더라고요.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 이 계절을 또 아까워하며, 반려견과 함께 푸른 잎이 가득한 나무 사이를 찬찬히 걸으려고해요.

여행을 가면 러닝 장비를 챙기려고 해요. 얼마 전에는 1박 2일로 친언니와 안동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 전날 밤, 여분의 옷은 챙기지 않았지만 운동복과 러닝화는 야무지게 가방 속에 넣어두었습니다. 낙동강이 잠시 숨을 고르는 안동에서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뛰어나갈 수 있는 것은 햇살이 선사하는 따스함과 이름 모를 새들의 청량한 지저귐, 초록으로 뒤덮인 자전거길 주변을 누비는 영광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숨이 차오를 때까지 자전거 길을 따라 뛰게 되면, 소음은 온데간데없고 귀를 스치는 공기 소리와 나의 거친 숨소리만이 현재를 가득 채웁니다. 도시에서 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번잡한 소음의 세계에서 벗어나 차분한 공기 속에서 ‘지금, 여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낙동강 자전거길 달리기를 추천합니다!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Q. 슬럼프 대처는 어떻게 하나요?

아이유: 요즘은 슬럼프라는 단어와는 좀 거리가 먼 상황이죠. 일 욕심도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럴 수도 있지만요. 지금은 제 세포 하나하나가 체계화되어 있는 느낌이 들어요. 컨디션 관리도 걱정보다는 꽤 잘 되는 거 같아요. 음, 그래도 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저는 연습생 때부터 쓴 일기를 다 모아뒀어요. 이번에 겪는 슬럼프가 내 첫 슬럼프는 아니니까 그걸 무찌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예전 일기를 들춰보면서 이거 봐, 그때 상황이 더 안 좋았는데, 바로 좋아졌네 하면서 극복해낸 전례가 있다고 보는 거죠.

출처 ㅣ인터뷰: 씨네플레이, 사진: 영화 <드림> 스틸컷

🎙큐레이터 보라의 한 마디
’이번 슬럼프가 내 첫 슬럼프는 아니니까’하는 문장이 콕 박혔어요. ‘극복하면 이제 끝!’ 이 아니라, 슬럼프는 늘 왔다가 또 가는 파도 같은 일이라는 것. 그걸 아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위로받았어요. 꾸준히 적어 놓은 날 것의 기록들이 다시 나를 위로한다는 점도 좋았고요. 마음이 왔다 갔다 좌충우돌하는 나를 돌보는 마음이란 이런 것이겠죠. ‘이번 슬픔이 내 첫 슬픔은 아니니까’, ‘이번 무기력이 내 첫 무기력은 아니니까’ 이번에도 다시 왔다가 다시 좋아졌네! 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 계속 나를 잘 관찰해 줄 수 있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보아요.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휴식텃밭 상담소

"지금, 혼자 있기 1단계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큐레이터 보라의 휴식 처방

W님, 저 역시 최근에 ‘혼자 있음’, ‘독립’이라는 주제를 건너고 있는 중이에요. 부모로부터 나와 다른 집에 살고 있고, 내 밥벌이를 하고, 소비의 주도권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제가 독립했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저는 혼자 있는 걸 꽤 힘들어하고, 그렇다고 누군가와 건강한 관계를 적절히 맺는 것도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는 관계적인 측면에서의 독립은 아직 미숙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도 아주 능숙한 영역이 있고, 또 미숙한 영역도 존재할 거예요. 그중에서도 1) ‘혼자 있음을 어려워함’이라는 미숙함이 나에게 있다는 것, 그래서 2) 다른 영역보다는 조금 더 세심하게 돌봐줄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알아봐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유독 어려워하니까 잘 다뤄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죠.

나의 미숙함을 인정했다면, 지금 나는 ‘혼자 있기’ 1단계에 머물고 있는 셈이에요. 1단계에 있는 나에게 극단적으로 1박 2일 혼자 여행! 삼겹살집에 혼자 가서 고기 구워 먹기!를 요청할 수 없듯이, 아주 짧은 단위의 ‘즐겁게’ 혼자 있기 시간을 세심하게 설계해 보시기를 추천해요.

예를 들면, <30분 동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에 ‘완전 취해’ 듣기>, <1시간 동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신나게’ 해보기>, <20분 동안 가장 좋아하는 인세스 피워놓고 소파에 ‘평온하게’ 누워있기>, <10분간 동네 한 바퀴 ‘룰루랄라’ 걷기>처럼 온전히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계획해 보는 거죠. 그 일을 할 때만큼은,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내 감정’에만 집중해 보세요.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도 좋아요. 또, 무엇이 좋았는지를 짧은 일기로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무엇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혼자의 구간을 보냈다면 성공이에요. 이 시간은 혼자 뚱하게 5시간을 보낸 것보다 훨씬 밀도가 높답니다! 조금 더 길게 조금씩 혼자서 ‘즐거운’마음이 드는 일을 늘려가 보세요. 아직 더 나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거나 급만남 신청을 해도 좋아요. (잊지 마세요, 지금 나는 1단계 라는 거!)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새롭게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거든요.

진짜 독립은 내 속도에 맞춰, 내가 결정한 방향대로 나아갈 때, 의미가 생긴다고 믿어요. 내가 건강한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 자체가 좋은 독립의 출발점이라 믿고요. 1단계부터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 W님의 독립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님, 이번 제철휴식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