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오늘이 제철, 제철휴식

제철은 ‘알맞은 시절'을 의미해요. 휴식에도 제철이 있다면, 그건 바로 오늘, 지금일 거예요.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은 금방 상해버리니까요. 오늘의 작은 휴식의 틈을 놓치지 않도록, 매월 두 번 제철휴식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나에게 작은 휴식을 선물하고, 건강하고 싱싱한 일상을 만들어보세요.

• [제철휴식 텃밭] #아무것도하지않는시간 #피고지는꽃 #피아노연주자
  
• [제철휴식 곳간] 휴식크루와 함께 읽은 2월의 책
• [제철휴식 장비소] 제철 냉이
• [Q&A] <게으름의 시간>에 붙인 새 이름

• 빈둥 텃밭: 속도를 멈추는 시간, 이완하는 시간, 성과에서 멀어지는 시간을 뜻해요. 빈둥거리는 시간,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 목적 없이 걷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관찰 텃밭: 거리를 두고 나를 새로운 각도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뜻해요. 일상의 속도가 빠를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중요한 질문들을 성찰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 놀이 텃밭: 새로운 것에 몰입하거나, 다른 자아가 되어보는 엉뚱한 경험을 뜻해요. 순수하게 재미를 느끼거나, 즐거운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요. 게임을 하거나, 얼음을 와그작 씹어 먹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여기에 속할 수 있어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시간에 노래를 일부러 안 들어보려고 해요. 최대한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상태로 창가를 보며 멍 때리려고 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인스타그램을 보던 것을 다 제쳐두고 0의 상태로 있는 게 힐링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적어보기도 하며 스마트폰은 최대한 멀리하려 해봅니다.

피고 지는 꽃을 가만히 관찰하는 저를 좋아요. 최근에 히아신스 구근을 선물로 받았는데요. 양파 같은 구근 뿌리에서 꽃망울이 생기고 꽃이 하나씩 피어날 때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어요. 집에 가득 퍼지는 향을 느끼는 것도 참 좋고요. 일 년 내내 웅크리고 있던 구근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때가 있다는 묘한 위로를 느끼기도 해요. 결국 또 꽃은 지겠지만, 피어있는 이 시간을 온전히 잘 즐겨보려고 해요.

일주일에 한번 피아노 레슨을 받고 집에서 틈틈이 연습합니다. 실력이 늘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악보를 읽고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굉장히 경이로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배운 곡은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소나타) 2악장인데요. 밤에 이 곡을 연습하면 혼자 대단한 연주가가 된 것같이 양껏 폼을 잡고 치곤합니다.

제철휴식 곳간

꼭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꺼내 먹고 싶은 휴식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좋은 휴식에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책 속의 한 줄, 영상 콘텐츠의 그 장면, 유명인들의 휴식법까지. 하나씩 꺼내 즐기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휴식크루 3기와 2월에 함께 읽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쓴 책, 일기, 메모 등의 다양한 말과 이야기를 엮어 소개한 책입니다. 이 책은 고독 이후의 성장, 비관의 이해를 통한 행복에 대해 고찰하며 온전히 나로 사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책을 읽으며 뼈아픈 독설로 못 견디겠다(?) 싶은 부분도 꽤 있었지만, 자꾸만 곱씹게 되는 문장들도 많이 남았어요.

문장들이 아프게 느껴졌던 건 ‘나는 행복해야만 해’라는 행복 강박이 저에게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고통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겸손한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크루들과 함께 밑줄 그운 부분을 소개합니다.

고독의 중요성에 대해

• 생의 허무를 모르는 인간은, 생활에서 고독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은, 모두 길들여진 타인이다.
• 작은 격려나 호의적인 미소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분이 들뜬다. 그래서 악의적인 평가, 나를 쳐다보는 불쾌한 표정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런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방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내 방에서 좋아하는 책들을 뒤적이며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잡는다. 마음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냉철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행복의 추구에 대해

•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깨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다.
• 더불어 산다는 것이 꼭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내 주위의 누군가가 고통받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진정한 관계에 대해

• 자신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든 사람과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우리 삶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 살 수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고통에 맞서는 단순한 방법에 대해

• 괴롭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 새로운 시작을 펼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자발적 사유가 없는 학습에 대해

• 학업은 누군가가 걸어가며 좌절했던 절망을 희망 삼아 스스로를 속이는 행태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만 권의 책을 읽은 자의 머릿속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서식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머릿속에 방 한 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죽음에 대해

•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내적 성장에 대해

• 위대한 인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제철휴식 장비소

휴식은 장비빨, 장소빨. 휴식을 돕는 장비와 장소를 소개합니다. 제철 휴식의 시작, 혼자서 어렵다면, 적절한 장비와 장소가 주는 에너지를 받아보자구요.

🥬 큐레이터 보라의 제철휴식 장비: 제철 냉이

요즘 제철인 냉이를 샀어요. 된장찌개에 넣어 끓이니까 향긋하고 알싸한 향이 확 올라왔어요.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잘 씻은 냉이와 팽이버섯, 무를 넣어 끓였을 뿐인데 제법 멋진 한상이 되는 거 있죠. 제철에 나오는 채소나 과일을 다 챙겨 먹을 수는 없지만 생각날 때 한 번씩 사서 나에게 대접하는 요리를 하는 것 만으로 좋은 휴식이 돼요. 3월에는 달래와 미나리도 장바구니에 아낌없이 담아 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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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기 아까운 제철휴식템과 장소를 공유해 주세요!

제철 휴식 상담소

지난 호에서 깜짝이벤트로 여러분께 게으름의 시간에 새 이름을 붙여달라는 작은 요청을 드렸는데요. 귀엽고도 재미있는 이름들이 도착해 소개해 드립니다!

• 모고님의 새 이름 : 빈둥시간

좋아하는 책을 느긋하게 읽으면서 독서기록장에 손으로 기록합니다.

• 스텔라님의 새 이름: 리부팅 시간

좋아하는 향이 나는 커피나 차를 연하게 내려서 가장 좋아하는 종이책을 쥐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요. 물론 책은 앞에 몇 장 깔짝이다가 누워서 낮잠 잡니다.

• 마로니님의 새 이름: 재충전의 시간

누워서 영화 간략하게 보기를 하거나 생각 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 자기 전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사는 상상을 하는 시간.

• 전초월님의 새 이름: 꿈틀 시간

이불로 돌돌말이를 하고 바닥에 딱 붙어 꿈틀이처럼 꿈틀 꿈틀대며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멍 때리는 시간. 몸은 따뜻하고 공기는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게 창문을 열어놓고 애벌레가 된 기분을 느낀다. 뇌를 사용하는 일은 금물. 몸을 뒤집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는 정도의 애벌레 수준의 놀이만 한다.

• sunny님의 새 이름: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

평일에는 온전히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주말 낮에 한가할 때 더 나른해지고 싶어 제철휴식레터를 읽습니다. 레터를 읽고 나면 늘 마음이 쉰 것 같아 즐겁고 감사해요.

• 냥님의 새 이름: 채우기 위해 비우는 시간

주말 아침,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 폰 알람 꺼놓고 눈 떠질 때 일어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상상 및 생각하기. 단, 주말 휴식 및 약속에 대한 기대나 '긍정적인' 미래, 상상을 할 것. 주중 열심히 출근한 나에게 주는 아침 자유 시간.

• Annie님의 새 이름: <잠깐 멈추어도 괜찮아>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달달한 디저트까지 곁들여주면 완성되는 <잠깐 멈추어도 괜찮은> 시간들입니다.

• 쥬디스님의 새 이름: 비타민 충전시간

아무 생각도 없이 가만히 누워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

정리해 보면, 흘러가듯 별다른 자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다르게

시간의 이름을 붙여줬을 때,

• 보다 명확하게 인식되고 식별되며, 향후에 그 시간을 떠올릴 때에도 도움이 된다.
• 나만의 시각이 부여되기 때문에 내게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에 대해 사람들에게 더 잘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게 된다.
• 내가 붙인 이름은 나의 선호와 가치, 관심사를 나타내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내가 부여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죠. 좋은 휴식을 영위하고, 밀도 높은 회복감을 느끼는 시간을 보낸다는 건 결국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일 같아요.

더 많은 시간의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주 불러주고, 또 더 선명히 떠올려보면서 나만의 여가시간과 더 친밀해지고, 그 시간을 보내는 나를 더 깊게 존중해 줄 수 있도록요.

그래서 살짝 꽂힌 김에 당분간 내 시간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을 구독자분들과 조금 더 이어가 보고 싶어요. 이번 주에도 이어갈 작명 이벤트를 소개합니다.

님, 이번 제철휴식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