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텃밭은 다양한 관점과 영감으로 채워진 휴식의 실험실입니다. 텃밭에서 자라난 신선한 아이디어들로 지금에 알맞은 휴식을 만나보세요.

여행 중에는 이동할 일이 많다 보니 멍 때리는 시간도 많아져요. 가만히 창 밖 풍경을 보다 보면 그동안 미뤄뒀던 생각들이 정리되기도 하고, 정리된 생각을 노트에 더 자주 적어요.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여행지에서 이동 중에 짧은 일기를 적다가 몇 번 울기도 했어요. 켜켜이 쌓였던 감정들을 정돈하고 나면 후련한 마음이 들어요. ‘내가 나를 외면하지 않고 한 번 봐줬구나.’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지거든요. 여행이 삶의 도피로만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좀 다르게 생각해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는다면, 여행은 건강한 도피가 될 수 있구나. 때로 도망쳐야 보이기는 것들이 있구나.’ 하고요.

후배로부터 미꽃체 글쓰기 책자를 선물로 받았어요. 스스로 산 책이라면 3일도 못 쓰고 문을 닫았겠지만 후배가 선물로 준 책이라 그냥 책꽂이에 두는 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요즘은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켜두고 글씨를 쓰며 빈둥대는 것이 저의 휴식이에요.

여행 간 친구의 고양이를 대신 돌봐주고 있어요. 친구네 집에 일주일에 1-2일에 한 번씩 들리는데요. 세 마리의 고양이가 저를 반겨주는 시간이 좋아요. 밥을 주고 감자 캐고 물도 주고, 또 같이 놀아요. 요새 일정 많아서 에너지가 없다가도 애들이 좋아하는 모습 보면 저도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낚싯대를 흔들며 장난감에 집중하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는 그 시간이 제게 휴식이에요.

매일 요리를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 집중해서 야채를 썰고 재료들을 볶고 익히는 그 시간이 일종의 명상 같다는 생각을 해요. 썰고 볶고, 불 세기를 조절하며 재료가 익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은 음식이 만들어진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건강한 재료들에 감사한 마음,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을 먹는 기분까지 주는 것 같아요.

유튜브를 보면서 신문지로 박스를 접고, 봉투를 접어요. 단순 반복의 일이라, 이 시간만큼은 잡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손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생산적인 시간이라는 느낌도 들고요. 이렇게 접은 박스와 봉투는 작은 쓰레기를 담거나 과일 껍질 같은 음식물 쓰레기를 말리는 용도 등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시간에 노래를 일부러 안 들어보려고 해요. 최대한 아무것도 더하지 않은 상태로 창가를 보며 멍 때리려고 합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인스타그램을 보던 것을 다 제쳐두고 0의 상태로 있는 게 힐링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적어보기도 하며 스마트폰은 최대한 멀리하려 해봅니다.

주말마다 평양냉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슴슴한 그 맛에 제가 먼저 빠졌고 물귀신 작전으로 남편도 계속 먹게 했더니 결국엔 이 세계에 함께 들어왔습니다. 밍밍함에도 구분이 있어 각 집마다 미묘하게 다른 음식을 맛보는 일에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소문난 맛집들의 맛과 더불어 그곳의 분위기, 화장실의 컨디션, 근처 동네의 느낌 등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있어요.

일주일에 1~2번씩 춤을 추러 가요. 평소에는 몇 가지 스텝과 동작을 배우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방식의 수업을 듣는데, 최근에는 즉흥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추는 움직임 워크숍도 들었어요. 배운 동작을 활용하는 춤, 틀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춤은 매력이 달라요. 정해진 동작을 배우고 활용하는 춤은 낯선 동작을 몸에 맞게 익히면서 보람을 느껴요. 어색한 동작을 체화하면서 성장하는 재미가 있어요. 즉흥을 기반으로 하는 움직임은 나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돼요. 어떤 근육을 자주 쓰고 어떤 근육을 잘 쓰지 않는지, 어떤 동작을 할 때 가장 시원하고 즐거운지, 낯설고 어색한지 알게 되니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요. 정해진 틀이 없어서 마음대로 표현하고 발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춤을 추는 행위뿐만 아니라 함께 추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몰입하고 발산하면서 나를 긍정하는 마음과 타인과 교감하는 기쁨을 함께 충전할 수 있어요.

아주 재밌지도,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도 않은 여러 번 봤지만 여러 번 봐도 좋은 영화를 틀어 놓고 가장 편안한 면 소재 파자마를 입은 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잠에 빠져들 준비를 합니다. 중간 중간 깨도 좋아요. 그래도 다시금 잠이 듭니다. 침대에 작정하고 잠이 들 때와는 또 다른 안온함이 있습니다.

평소 생각이 많은 저는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늘 같은 코스로 자전거를 타면서 익숙한 환경 속에서 계속 달라지고 낯선 저를 살펴봅니다. 생각이 많다 보니 혼잣말을 자주 하는데 걸으면서 혼잣말을 하면 좀 눈치가 보이는 반면, 자전거를 탈 때는 신경 쓰지도 않아도 됩니다. 익숙한 코스라서 반자동으로 페달을 밟으며 머리에 난잡한 생각을 살펴보는 것 같아요.

따뜻해진 날씨의 영향으로 밥을 먹고 나면 전보다 더 강한 식곤증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지난 주에 밥을 먹고 근처 오락실에 가서 농구와 볼링을 신나게 한 판 했는데, 소화가 되면서 살짝 땀이 나는 거 있죠. 오직 공과 골대에 공을 넣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잠자던 승부욕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락실 볼링은 처음이었는데, 디지털 화면이었지만 스트라이크를 넣을 때 짜릿함 역시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어요. 기분이 살짝 신나고, 소화도 되고 무척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날이 따뜻해져서 식물에 새 잎이 돋는 순간을 자주 목격해요. 멈춰 있는 줄 알았는데 새 순을 조용히 내고 있는 식물을 보면서 '조용한 것은 힘이 세다. 멈춰 있지만 멈춰 있는 것이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얻어요. 베란다에 식물들을 모아 놓고 물을 흠뻑 주고 나면 식물한테 하는 것처럼 나도 나를 잘 돌봐야지 다짐하게 돼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식물들은 말은 하진 않지만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과 연결되어 있대요. 주인이 기쁠 때, 슬플 때를 긴밀하게 알고 반응한다고 해요. 식물과 사람의 관계에는 사람의 일방적인 돌봄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닌 거죠. 그게 참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나도 식물들에게, 식물들도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따뜻함을 느껴요.

매주 토요일 저녁은 가족과 대화하며 저녁을 먹는 패밀리 타임을 가져요. 조카들이랑 대화하고 노는 게 좋은데 요즘 들어 부쩍,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줄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딕싯’이라는, 보드게임을 같이 해봤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함께 점수를 얻어야 하는 협동(?) 형 게임이었는데요. 함께 문제를 맞혀야 하는데 나중엔 서로 못 맞히게 하려고 거짓말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웃기고 귀여웠어요. (알고 보니 카드를 내고 나서 말하면 안 되는 게임이었더라고요). 이모의 서투른 게임 룰 설명에 속아 넘어간, 부하 친구들과 즐거운 휴식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과의 만남

큐레이터 보라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에 자주 들러요. 집에서 딱 40분만 이동하면 북한산 아래로 쏟아지는 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진관사는 특히 정원이 아름다워서 근처에 앉아 절의 풍경, 소나무 정원의 웅장함,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북한산 국립공원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계곡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물이 너무 깨끗하고 잘 보존되어 있어서 아주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답니다. (+근처 북한산 뷰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 꼭 들러보시기를 추천해요. 저는 이번에 서관면옥이라는 냉면집에 들렀는데 깔끔한 평양냉면과 함께 곁들여 나오는 물김치가 정말 맛있었어서 추천해요!)

더위를 이기는 간식 먹기

큐레이터 보라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몸이 팍 늘어지는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선풍기를 틀어 놓고 좋아하는 드라마도 틀어 놓고(요즘에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즐겨봐요!) 간식을 먹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요. 요즘은 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살짝 뿌리고 그 위에 소금을 솔솔 뿌린 다음, 뻥튀기에 올려 먹는 패턴에 푹 빠졌어요. 지난 번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먹었던 조합인데 너무 맛있는거 있죠. 앞으로도 더위를 핑계로 더위를 이겨낼 나만의 간식 레시피를 더 개발해 볼 예정입니다! (불끈)

바스락거리는 여름 이불 속 단잠

큐레이터 애옹

저희 집이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데 저는 그 따스한 어둠을 좋아해요. 오후 2시쯤 에어컨 켜놓고 침대에 누워 있고 바스락 거리는 여름 이불을 덮고 있으면 정말 이너피스를 잔뜩 얻는 듯한 느낌이에요. 이때 딱 30분만 잠깐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정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얻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겐 침대 위의 그 잠깐의 꿀잠이 큰 휴식이에요.

체험 낚시

큐레이터 보라

자연을 바라보며 멍-때리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처음으로 낚시를 해봤어요. 정확히 말하면 낚시라기 보다는 낚시 체험에 가까웠는데요.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강화도에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는 체험 낚시터가 있더라고요. 2만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구조였어요. 미끼를 손으로 다듬는 과정, 낚시 바늘에 끼우고 낚시대를 던지는 과정, 물고기를 기다리는 과정, 물고기를 잡고 또 다시 놓아주는 과정 자체가 낯선 감각이라 모든 과정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결론적으로 낚시보다 중간에 낚시터에서 먹었던 라면이 제일 재밌었지만요. 이번 주말에는 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액티비티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바다수영과 치유

큐레이터 보라

너무 오랜만에 바다수영을 했어요. 처음 바닷물에 발이 닿는 순간, 몸통과 팔이 차가운 물에 닿는 순간의 짜릿함이 느껴질 때 '아, 이게 진짜 어릴 때 느꼈던 그 감각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파도를 만나 눈과 귀에 물이 들어갈 때마다 너무 크게 웃어서 목이 쉴 정도 였어요. 2시간을 넘게 물장구를 치고, 파도를 즐기면서 아주 깊게 바다와 만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연은 늘 저를 회복시키고, 치유시켜요. 앞으로 더 많이 수영하며 살고 싶어요.

구내식당 급습기

큐레이터 보라

저는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것을 좋아해요. 어렸을 때, 건강한 식단을 고수하던 엄마의 손길에서 벗어나 돈가스나 소시지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적절히 MSG가 들어가 있는 대량음식의 맛이 주는 향수를 좋아해요. 집 근처 성당에서 점심 시간에 구내식당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며칠 전 점심에 기습 시도를 해봤는데요. 역시 아는 그 맛, 수련회에서 먹어본 듯한 그 맛을 즐기며 한 끼를 배부르게 먹었답니다.

마술이라는 세계

큐레이터 보라

<더 매직스타>라는 마술 오디션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저는 요즘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마술과 마술사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데요. 어릴 적 명절에 TV에서 보던 마술의 신기함이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는 설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마술 세계를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마술사라는 직업의 세계도 흥미롭게 알아가고 있어요. 저도 어릴 적 몇 개의 카드마술을 연습해 사람들을 놀래키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요. 요즘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 소소한 몇 개의 카드 마술을 연습하고 있어요. 카드를 손에 착 붙게 하는 이 수련의 과정 자체가 무척 재밌어요.

마음대로 있는 시간

큐레이터 보라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면서 잘 쉬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길 때가 있는데요. 오늘 하루를 계획하면서 오늘은 꼭 ‘마음대로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어요. 무용하고 비효율적으로 머무는 시간을 만드는거죠. 최대한 마음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겨보기로 하고, 저녁을 먹고 쇼파에 누워 예능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어요. 사실 누워서 영상을 보는 행위는 같은데, 밥 먹고 이렇게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의 시간이 되잖아요. 죄책감 없이 내 마음대로 쉬는 시간들을 하루에 한 번은 꼭 만들어 주려고요!

아침 루틴

큐레이터 보라

이번 주 부터 아침 루틴을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7시에 어제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 하루를 계획해보는 시간을 갖는데요. 전체 시간은 20분인데, 이 시간이 하루의 흐름을 바꿔 놓는 기분이에요. 어제 하루 있었던 일을 그냥 놓치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일은 덮어두거나 쌓아 놓지 않고 컬러로 칠하면서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요. 매일 아침루틴을 한다는 건, 매일 아침 나와의 약속 하나를 지킨다는 것이고, 이 작은 약속들이 차곡차곡 적립되어 ‘나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하는 마음이 무의식에 쌓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차분히 나를 바라보는 아침을 만들어 가 볼 예정이에요.

가구 재배치

큐레이터 보라

최근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사무실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책장을 집으로 가져오게 됐어요. 새로운 가구가 들어오려면 기존의 가구 중 버릴 가구나 물건을 정해야 했기 때문에 뜻밖의 대대적인 정리가 시작됐어요. 서재에 업무 책상을 둘 자리를 만들고, 쌓여있던 책을 정리하고, 스마트폰의 충전 스테이션도 새롭게 재단장했어요. 집에서 내가 보내는 시간들을 상상하고, 그걸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이 즐거워요. 집에서 최대한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는 일 같거든요.

9월~12월의 휴식텃밭은 올 해 이전에 아카이브된 휴식 장면을 포함해 소개했습니다.

가을볕과 정원

큐레이터 보라

가을볕이 너무 좋아 집에 있는 식물들을 가만히 관찰하는 시간이 늘었어요. 삐뚤빼뚤 자라든, 조금 더디게 자라든 그 자체로 식물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꽃을 피우고, 자신만의 계절에 맞춰 잎을 내는 식물을 보며 위안을 받는 요즘 아침이에요. 식물을 관찰하며 스스로를 채근하지 않는 법을 배웁니다. 올 가을이 가기 전,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사랑을 듬뿍 담아 바라보는 느긋한 휴식을 더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림책에 담긴 유희

큐레이터 보라

최근 여행에서 글씨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을 몇 권 사 왔는데요. 글이 없는 책을 보고 그 안의 장면을 상상하는 일이 꽤 재미있더라고요. 최근 몇 년 간 그림책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놀이의 목적으로 책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오직 주인공의 재미있는 표정과 감정에 집중해서 책을 보고 나닌 혼자만의 상상 놀이를 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이번 주말, 유희가 가득 담긴 그림책 한 권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찰

큐레이터 너굴

종교는 없지만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가끔 산 속에 있는 절에 다녀오곤 해요. 드라이브를 하다가도 절이 있다는 표지판이 있으면 한번씩 들러보곤 하는데, 낯선 곳인데도 도착하면 왠지모를 편안함과 안정감이 들어요. 시간대가 잘 맞으면 스님이 불경을 읽거나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어렸을 땐 향 냄새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인센스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향 냄새까지도 편하게 느껴져요. 고요하고 평온한 그곳에서 잠시나마 현재에 머물러 내 몸과 마음을 천천히 돌아보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곤 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그릇

큐레이터 마리

새롭게 취미를 하나 갖고 싶어서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이 정말 뿌듯하고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점토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 흙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돼요. 재미있게 몰입하며 쉬어갈 수 있는 취미를 하나씩 만드는 것도 휴식하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가을을 사랑하는 이유

큐레이터 드리밍

요즘 퇴근 길이 더 신나는 이유는 노을이 지는 특별한 순간 때문이에요. 잠깐이라 더 애틋한 가을 노을을 보며 퇴근하는 길이 요즘 저에겐 가장 행복한 휴식의 순간이에요.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면 이제 진짜 가을이 왔구나 싶어요. 찰나의 순간이지만 조금이라도 눈에 오래 담아두고 싶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봐요. 매일 모양도 색도 다른 하늘을 보며 이 사랑하는 계절을 오래 붙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만의 색을 뽐내는 가을

큐레이터 종이

자기만의 색인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을 맘껏 뽐내는 가을을 사랑합니다. 집이 4층인데, 아침에 방에서 나와 베란다로 가면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온 집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어요. 마치 따뜻한 태양과 가까이하는 느낌이에요. 버스정류장에 있는 나무를 또 관찰해요. 언제 이렇게 노랗게 변했지? 아름답다 생각하며 사진도 찍어보고요. 가을은 나무 관찰하다가 시간 다 가는 것 같아요.

내 취향의 음악 발견하기

큐레이터 맹

저는 해외 인디 음악 판매 사이트 ‘밴드캠프 (Bandcamp)’에 가서 제 취향의 음악 발견하기를 하며 휴식을 가져요. 음악에 대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지만, 주로 의도적으로 일 때문에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가끔 쉬는 시간에는 일과 관계없는 오로지 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다녀요. 음악이 좋아서, 뮤지션들을 돕고 싶어 음악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한때 일이 너무 고되고 힘들어 몸까지 상하게 되면서, 음악 듣는 것이 엄청 싫을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꼭 내 취향에 맞고, 제 귀에 좋은 음악을 찾는 자유로운 발굴의 시간을 개별적으로 가지도록 노력해요! 저에게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에요.

사람을 가만히 관찰해 본 적이 있나요

큐레이터 촘촘

아침 시간에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아침밥도 먹지 못하고 젖은 머리로 지하철역으로 뛰어가다 보면 현타가 오거든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가 있는가'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어요. 그러면 더더욱 출근하기 싫어지고요. 그럴 때면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지하철에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을 관찰해요. 책을 읽는 사람, 유튜브를 보며 웃는 사람, 뉴스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이들의 삶도 나랑 크게 다를 게 없구나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며 아침에 소진되어 버린 에너지를 다시 충전하곤 합니다. 출퇴근길에 핸드폰만 응시하기엔 눈도 너무 피로하고요. 가끔은 세상 돌아가는 풍경을 눈에 담아두는 것도 휴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눈이 내린 아침 출근길

큐레이터 혜미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왔더니 밤새워 눈이 너무 예쁘게 내렸어요. 내린 눈을 멍하니 한참이나 바라봤어요. 자연은 늘 멈춰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나뭇잎 위에 눈이 소복이 쌓인 모습이 낯설고도 예뻐서 사진으로 담게 되더라고요. 늘 정신없던 출근길이었는데 눈을 보면서 잠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평화롭고 조용했던 아침의 낭만이 이번 주의 좋은 휴식이었습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멍때리기

큐레이터 토킹마인즈

사람이 없는 조용한 카페에 앉아 지금 여기 나는 오롯이 혼자다 라고 느끼는 그 순간을 좋아해요. 일을 할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매일 일상에 치여 이런저런 걱정 거리들로 머리가 가득 차있기도 하고요. 낯선 공간에 혼자 있으면서 생각도 멈추고 몸도 이완 하면서 나에게 더 집중하고 잠시라도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게 저에게 꼭 필요한 휴식의 시간이에요.

추위를 잊게하는 가슴 속 3천원

큐레이터 보라

겨울의 제철 간식 붕어빵을 사 먹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가슴속에 3천 원’을 넣어두고 시장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는 기분이 참 좋아요. 붕어빵이 구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잠깐 추웠던 감각도 잠시 잊게 돼요. 따뜻한 붕어빵 봉지를 가슴팍에 폭 안고서 희희낙락 걸어가면서 하나씩 꺼내 먹는 재미가 요즘 제 일상의 휴식이에요. 겨울이 가기 전, 이 재미를 몇 번 더 누릴 수 있을지 두근두근 설렙니다.

🍅🍆🥔🥕🌽

“저는 제 예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장 높은 위치에 둔 적은 없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분리될 수 없으며, 저를 그들과 같은 차원에서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For myself, I cannot live without my art. But I have never placed it above everything. If, on the other hand, I need it, it is because it cannot be separated from my fellow men, and it allows me to live, such as I am, on one level with them.”

카뮈는 자신의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절대화하지 않았어요. 카뮈에게 예술은 단순히 개인적 성취나 만족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공동체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이 공유하는 기쁨과 고통을 표현하는 매개로서 예술을 바라봤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술가의 자세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어요. 진정한 예술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으며,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했죠.

카뮈는 작가의 두 가지 핵심 임무로 '진리와 자유에 대한 봉사'를 꼽았어요. 작가는 역사를 만드는 자들의 하인이 아니라, 역사를 겪는 자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거짓과 억압에 타협하지 않고, 이를 통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깊이 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삶의 모든 상황에서, 무명의 삶이든 일시적인 명성이든, 폭정의 족쇄 속이든, 작가는 자신의 직업의 위대함을 이루는 두 가지 임무를 받아들일 때에만 살아있는 공동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진리와 자유에 대한 봉사입니다.”
"None of us is great enough for such a task. But in all circumstances of life, in obscurity or temporary fame, cast in the irons of tyranny or for a time free to express himself, the writer can win the heart of a living community that will justify him, on the one condition that he will accept to the limit of his abilities the two tasks that constitute the greatness of his craft: the service of truth and the service of liberty.”

여러분도 2025년을 앞두고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1년 뒤의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해도 좋고, "올해 나는 어떤 순간들을 가장 소중히 여겼을까?" 하고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을 바꾸는 건 어려울지 몰라도, 소소한 목표와 태도는 바로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카뮈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한 해가 되길, 그 여정이 작은 울림으로 공동체와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

제가 제일 좋아하는 휴식 중 하나는 보드게임 하는 시간인데요. 9년차 보드게임 덕후이자 휴식 덕후로 그 동안 친구들과 했던 보드게임 중 실패 확률이 가장 적었던 인생 보드게임을 모아 추천합니다. 함께 플레이할 친구들의 성향에 따라 더 잘 맞는 게임을 골라볼 수 있도록 유형을 나누어 추천해봤어요! 

7년간의 북클럽 운영과 수많은 독서 시간 속에서, 유독 마음을 흔들었던 책들이 있습니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것으로는 부족해, 계절마다 꺼내 읽게 되는 보물 같은 책들을 소개합니다. 삶의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 혹은 깊은 위로가 필요한 때마다 저를 붙잡아준 11권을 책 만나보세요.

보라: 라이프컬러링을 운영하며 <내가 좋아하는 휴식리스트 만들기>, <휴식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자칭, 타칭 휴식 덕후. 사람들이 각자의 휴식을 발견하는 모습이 좋아서, 나만의 휴식법을 발견하는 <휴식 수집가 보드게임>을 개발했습니다.